아이폰 도입 이후 10년치 욕을 한꺼번에 먹고 있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 놓은 웨이브폰과 바다OS가 많은 얼리어답터와 개발자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브폰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몇가지 가설을 정해놓고 분석을 해보자. (물론 가설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황상 해 볼만한 가설을 세워야 논리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가설-1)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능가하는(하드웨어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스마트폰 출시는 힘들다고 판단하였다.
가설-2) 열심히 아이폰과 유사한 수준의 UI/UX를 흉내내더라도 어차피 애플을 이길 수 없다. 그 이유는 앱스토어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은 앱스토어로 애플과 경쟁할 마음도 없다.
가설-3) 그렇다고 MS나 구글 좋은 일을 삼성이 앞장서서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윈도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올인할 마음도 없다. 구글이 HTC보다 먼저 삼성한테 세계최초 구글폰을 개발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삼성은 거절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3가지 가설을 중심으로 결론을 도출해보면, 삼성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폰으로 대응을 하겠지만 큰 비전이나 가치를 두지는 않는다. 1년에 수십종의 휴대폰 라인업 중에 몇가지 모델일 뿐이다. 싸워서 이길 수도 없고 싸워서 이겨도 큰 득이 되질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잘 만들어서 팔면 결국 구글 종속적인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웨이브폰으로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대응하겠다고?
삼성은 웨이브폰의 포지셔닝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 같다. 즉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폰으로 대충 막겠지만, 레드오션에서 졸지에 블루오션으로 변한 미드레인지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마음 먹은 것 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겠지만 아이폰 사용자 중에 약 50%는 앱스토어에 가입해 본적이 없다.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그 %가 더 떨어질 것이다. 즉 대다수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추가로 돈주고 앱스토어에서 사야될 가치를 못 느끼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쓴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사용자들은 기존 피쳐폰에 번들링된 다양한 모바일앱에 익숙해져 있다. 하다 못해 영한사전까지 돈주고 사야되는 상황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약정걸고 아이폰 구매하면 “개콘” 동혁이형 말대로 24개월 할부폰일 뿐이다. 80만원대 고가의 휴대폰을 약정으로 사서 쓰고 있을 뿐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고 초기 구입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뿐이지 모바일앱 구매 비용까지 합하면 2년간 100만원 가까운 돈을 스마트폰에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미드레인지 스마트폰 시장에 관심이 많은 퀄컴이 최근에 BMP(브루모바일플랫폼)라는 것이 내 놓았다. 스냅드래곤으로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된 CPU와 더불어 미드레인지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OS 전략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AT&T에 BMP 탑재가 거의 확정적이며, 향후 출시될 저사양 스마트폰과 터치 기반 피쳐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웨이브폰으로 공략하고자하는 시장이 퀄컴의 BMP와 거의 일치하는것 같다.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업체가 이 시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퀄컴의 앱스토어인 “플라자 리테일”이나 삼성의 앱스토어나 메인 S/W 마켓이 아니라 자사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확장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도입일 뿐이다. 막말로 스토어 올리는 개발자가 없으면 자기들이 돈내고 개발자 고용해서 올려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폐쇄적인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이랑 싸우고 비교되면서 힘들게 사업하는 것보다 오히려 실속있는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편하고 쉬운 방법인 것이다. 일단 웨이브폰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모바일앱들을 기본 탑재하고 나올 것이다. 사전은 물론이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TOP10에 있는 앱들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탑재해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돈주고 외주 개발하거나 제품을 통채로 사겠지만)
그러고는 이렇게 광고할 것이다. “왜 힘들게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비싼 돈주고 모바일앱을 삽니까? 삼성은 사용자가 꼭 필요로 하는 앱들을 기본 탑재해서 나옵니다”
얼리어답터나 파워유저가 아니라면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는가? 요즘 초중학생들한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에서 나온 코비라는 제품을 보면 삼성이 전략이 나름 잘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리 아이한테 일반 약정폰 사주고 아이팟터치를 사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일부 트랜디한 어른들 생각일 뿐이다.
삼성이 노리고 있는 또다른 시장은 3-Screen 시장이다. 단순히 웨이브폰 뿐만이 아니라 바다OS를 가전제품에도 탑재할 것이다.
어떤 이득이 있을까?
일단 블루투스나 와이파이가 가능한 바다OS가 탑재된 프린터기, 복합기, 디지털TV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그동안 삼성 휴대폰에 블루투스 인쇄가 가능한 기능이 있었지만 사진말고는 인쇄할 내용이 없었지만 스마트폰에서 오피스 파일들은 쉽고 편하게 인쇄가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보여질 유투브 동영상을 디지털TV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을 TV로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때 스마트폰은 게임패드로 변신하겠지?
단일 OS로 다양한 디바이스로의 융합은 이미 90년대 말에 소니가 꿈꾸어왔던 전략이지만, 그 실현은 아마도 삼성이 가장 빨리 이룰 것 같다. 컨버전스를 위해서 자체 OS는 필수였고, 비록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정리하면 삼성이 생각하고 있는 바다OS의 가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역활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생각보다 크고 넓은 미드레인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기에 적합하고, 컨버전스 시장으로 시야를 돌리면 삼성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가전기기들이 하나의 OS로 쉽게 융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전제품 시장에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파워는 사용자를 끌여들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결론은 결국 삼성은 삼성공화국으로도 충분히 잘먹고 잘 살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애플처럼 IT 생태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때로는 애플이나 구글같이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생태계를 바꿀수도 있지만 때로는 삼성처럼 수평적인 분산투자로도 충분한 사업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아쉬운게 있다면 돈도 많이 버는데 삼성은 기부도 좀 많이 해라 ㅎㅎ)
예전에 신문에서 본 어떤 컬럼리스트의 말이 생각난다. “삼성에게 애플 같은 창조를 기대하는 것은 수십년간 한가지 일을 잘해서 장인이 된 사람한테 발명을 하라는 것과 똑 같다”
-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제가 삼성과 관련이 있거나 협력사거나 삼성빠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실지 몰라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2002년 이후에 삼성전자는 커녕 SDS하고도 일해 본적 없고요. 제가 쓰는 폰은 아이폰이고, 가전제품 중에 삼성제품은 디카밖에 없습니다. ㅎㅎ
- 그리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많은 가설을 기준으로 예측해 본 내용들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도 있고 내용이 틀릴수도 있습니다. 삼성 관계자 분이 이 글을 보게 되더라도 “허위 정보 유출” 이란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